음악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회자될,
위대했으나 또한 가련했던 한 뮤지션을 추모하며.
10. Whatever Happens
Invincible (2001)
Invincible 앨범은 출시 전부터 이미 실패가 예약되어 있던 앨범이었다. 아동 성추행 파문 이후 끝없는 나락에 빠져 있던 마이클 잭슨은 당시 가장 잘 나가던 프로듀서 다크 차일드를 공동 프로듀서로 기용하여 절치부심 이 앨범을 만들었으나 평단은 이 앨범의 질적 성취와는 상관없이 이미 그를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전형적인 70년대 소울 뮤지션인 마이클 잭슨과 힙합과 뉴 잭 스윙을 기반으로 한 90 - 00년대 음악 프로듀서들은 음악적으로 그리 만족할만한 화학적 결합을 내놓지 못하였다.
다만 테디 라일리가 프로듀스한 이 곡만큼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였다. 황량한 느낌의 라틴 리듬 위로 흐르는 끈적하고 명쾌한 마이클 잭슨의 보컬은 거대한 사막 한가운데 저 혼자 소용돌이치는 한 줄기 바람을 연상케 한다. 테디 라일리와의 개인적 인연으로 이 곡에 참여한 카를로스 산타나의 기타 역시 곡의 쓸쓸한 정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오랜 세월 자신의 음악을 지켜온 두 거장의 만남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음악이 끝나고 서로를 치하하는 두 사람의 짧은 대화 역시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9. Money
History (1995)
마이클 잭슨은 스스로를 우상화하는 상업적 전략에 능숙한 사람이었고, 이 앨범은 그 결정에 달해있었다. 해서 앨범 사진은 그의 거대한 동상이었으며, 속지를 보면 그와 인연이 있는 온갖 유명인사들이 총 망라되어 있었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사랑했지만 이런 상업적 전략은 어떻게 봐도 그저 바보스러워 보일 뿐이었다. 마이클 잭슨은 그가 넬슨 만델라나 스티븐 스필버그와 친분이 있어서 위대했던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마이클 잭슨'이기 때문에 위대했던 것이다. 그가 이 시기에 조금 다른 상업적 전략을 세웠더라면 훗날 사람들이 그토록 그를 조롱하고 희화화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
Money는 70년대 적인 베이스 라인과 마이클 잭슨의 정확하게 계산된 보컬의 연기가 너무나 매혹적인 펑키 넘버이다. 아마도 그로서는 처음으로 스스로 랩을 시도한 곡이 아닌가 싶은데 저음의 무미건조한 랩핑과 사람을 살살 녹이는 코러스가 대비되면서 도저히 중간에 멈출 수 없는, 확 짜여진 긴장감과 그루브를 선사한다.
8. The Girl Is Mine (with Paul McCartney)
Thriller (1982)
폴 매카트니는 스티비 원더에게 어린 시절 지대한 영향을 받았고, 마이클 잭슨은 그런 폴 매카트니에게 작곡을 배우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완성해 나갔다. 소울 음악은 그런 식으로 세대와 세대를 이어가며 팝 음악에 젖줄을 대주고 있었다. 이 곡과 함께 'Say Say Say'라는 곡에서도 듀엣을 함께 할 정도로 절친했던 두 사람이지만 비틀스 음악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던 마이클이 나이키의 광고 음악에 비틀스의 노래를 팔아버림으로써 두 사람의 우정은 거기서 끝나고 만다. 비틀스가 갖고 있는 음악적 사회적 의미를 생각해봤을 때 명백히 마이클 잭슨의 잘못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이클의 정치적 무지 혹은 과도한 욕심은 80년대 레이건 시대의 보수주의와 결합되어 전 세계에 미 제국주의를 전파하는 선봉꾼이라는 멍에를 지게 한다.
The Girl Is Mine은 마이클 잭슨의 정확하게 계산된 보컬과 폴 매카트니의 여유로운 보컬, 마이클의 젊음과 메커트니의 중후함, 마이클의 블랙과 매카트니의 화이트가 절묘한 대비를 이루는 아름다운 듀엣곡이다. 가사를 보면 마이클은 사랑 하나에 목숨을 거는 순정남, 매카트니는 적당히 상황을 즐기면서도 강한 승부욕을 보이는 노련남을 연기하는데 아마도 두 사람의 연애관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이 두 사람에게 동시에 사랑을 받는 여인이 존재한다면 그것처럼 행복한 고민이 또 어디 있을까 싶기도 하다.
7. Jam
Dangerous (1991)
퀸시 존스와 결별하고 나서 처음으로 마이클 잭슨이 프로듀싱의 전면에 모습을 드러낸 앨범이다. 물론 그전에도 그는 뛰어난 송 라이터였고 앨범 전체를 컨트롤할 줄 아는 유능한 프로듀서였다. 그는 뉴 잭 스윙이라는 장르의 시초이자 당시 팝 음악계를 호령하고 있던 테디 라일리를 고용하여 자신의 음악에 새로운 감수성을 이식하는 데 성공한다. 해서 전체적으로 기계적 무미건조함이 지배하고 있는 이 앨범은 마이클 잭슨을 80년대의 위대한 뮤지션에서 90년대 현재 진행형의 뮤지션으로 연착륙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마이클 잭슨 음악의 특징 중 하나가 8비트 리듬 파트의 킥 소리를 유난히 크게 잡아서 음악의 전체적인 그루브를 강조한다는 것인데 이 곡 Jam이 그런 댄서블 뮤직 유형의 완성형이 아닐까 싶다. 드럼 머신과 음악 소스를 이용하여 킥 부분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채로 최대한 심플한 곡 구성을 통해 도저히 음악을 들으면서 몸을 움직이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든다. 마이클 잭슨은 보컬 자체가 하나의 완벽하게 조율된 악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곡에서 보여주는 보컬 디렉팅은 진짜 가창력이란 게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6. Wanna Be Startin' Somethin'
Thriller (1982)
개인적으로 마이클 잭슨 음악에서 아쉬운 것이 있다면 드릴러 앨범 이후로 그의 앨범에서 디스코 음악의 향취를 더 이상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음악이 끊임없이 흑인 음악과 백인 음악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필연이기도 했고, 디스코가 시대의 첨단을 걷는 댄스 뮤직에서 과거를 상징하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는 과정에서 그가 선택적으로 디스코 뮤직을 배제한 결과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이클 잭슨은 잭슨 파이브에서 더 잭슨스를 거치는 동안 당대의 디스코 뮤직을 선보였고, 오프 더 월 앨범에서 디스코 뮤직의 끝을 보여줬다. 80년대 초중반 디스코가 드디어 수명을 다하고 시대의 유행음악에서 사라질 때 마이클 잭슨 역시 이 곡 Wanna Be Startin' Somethin'을 통해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장렬하게 산화해가던 디스코 음악에 마지막 예의를 갖춰 작별 인사를 건넨다.
퀸시 존스와 마이클 잭슨은 이 곡 Wanna Be Startin' Somethin'을 통해 Funk에 기반을 둔 디스코 음악이 얼마나 조직적인 음악이며 물샐 틈 없는 리듬의 향연인가를 여실히 증명해 보인다. 리듬 파트 뿐 아니라 보컬을 포함한 모든 악기가 오직 하나의 그루브를 직조해 가는 과정으로서 존재하며 그 그루브에 몸을 맡기고 열심히 몸을 흔들다 보면 어느새 땀투성이가 된 채로 음악이 끝났는지도 모르고 계속 몸을 흔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곡의 후렴구에 나오는 '마마세 마마사 마마쿠사'는 최초의 디스코 뮤지션 마누 디반고의 싱글 Soul Makossa의 샘플이라고 한다.
5. Black or White
Dangerous (1991)
마이클 잭슨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뮤직 비디오이다. 드릴러 앨범을 통해 사실상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음악 감상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버린 뮤지션이 바로 마이클 잭슨이며, 그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MTV도 없었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그가 현대 뮤직 비즈니스에 끼친 영향은 절대적이다. 해서 그가 새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언제나 음악과 함께 새로 발표되는 뮤직 비디오에도 엄청난 관심이 쏠렸고 그는 그때마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하여 당대 가장 첨단의 테크놀로지로 뮤직 비디오를 완성하곤 했다. 이 앨범의 첫 싱글인 Black or White에서는 당시 아직 대중에게 생소했던 컴퓨터 그래픽의 몰핑 기법을 이용하여 노래를 따라부르는 다른 각양 각종의 사람들 얼굴이 끊임없이 바뀌는 장면을 연출하였다.
흑인 음악과 백인 음악의 중간지대에서 각 음악의 장점만을 흡수하여 최상의 결과물을 보여주곤 했던 마이클 잭슨은 이 곡 Black or White에 당시 건즈 앤 로지스의 기타리스트 슬래쉬를 영입하여 또 한번 락앤롤과 댄서블의 황금비율이 무엇인지 대중에게 가르쳐준다. 슬래쉬의 기타는 Beat It의 반 헤일런이 보여준 것 같은 충격을 주지는 못하지만 충분히 흥겹고 충분히 락킹한 기타 리프를 선보인다. 이 노래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미국의 한 뉴스쇼에서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 노래의 기타 리프를 들려줬을 때 미친 듯 열광적으로 환호하던 모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4. She's Out Of My Life
Off The Wall (1979)
더 잭슨스 이후로 잠시 침체기를 겪고 있던 마이클 잭슨은 퀸시 존스에게 발탁되어 이 앨범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다. 당시 이미 뮤지션으로서 완성되어 있던 마이클에게는 보다 멀리 내다보고, 보다 큰 청사진을 제시해 줄 파트너가 필요했고 퀸시 존스는 그 역할을 그 누구보다도 '위대하게' 수행해냈다. 마이클 잭슨이 발표한 마지막 본격 흑인음악 앨범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드릴러 앨범에 가려 그 음악적 성취가 폄하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 앨범이 70년대라는 흑인 음악 황금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위대한 앨범이라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마이클 잭슨이 부른 노래 중 몇 안 되는 슬픈 정조의 러브송이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이클 잭슨이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은 싱어라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슬프다. 기쁘다. 이런 정서적 반응 이전에 너무 아름답다 라는 감탄사가 먼저 입가에서 흘러나온다. 사실 이런 기술 중심적인 보컬은 곡의 완성도 측면에서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하지만, 마이클 잭슨이라는 절대적인 재능을 가진 싱어 앞에서는 그 모든 비판조차 무의미해진다. 그럴 정도로 그의 목소리는 그냥 완벽하게 아름답다. 이 노래의 마지막 부분에 마이클이 살짝 울먹이는 소리가 들리는데 노래의 기교적 디렉팅에 그 누구보다 완벽을 기하는 그가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울먹였을 리는 없고, 곡의 정조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흐느끼는 연기를 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3. Rock With You
Off The Wall (1979)
꽉 짜여진 구성, 터질듯한 긴장감, 폭발적인 비트의 향연 마이클 잭슨의 노래하면 떠오르는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이 곡 Rock with You 만큼은 시종일관 여유로운 보컬과 넘실대는 그루브로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처음 들었을 때는 좀 심심한 느낌이었지만 세월과 함께 어느덧 베스트 송의 3위까지 치고 올라올 만큼 개인적으로 뒷심을 발휘한 곡이기도 하다. 5월의 햇빛을 연상케 하는 스트링의 따뜻한 감싸 안음도 너무나 마음에 드는 곡. 그토록 많은 장르에 손을 대고 또 현대 알앤비 싱어들 같은 과도한 바이브레이션도 없지만 그가 얼마나 위대한 소울 싱어인지를 절감하게 만드는 노래이다.
2. Man In The Mirror
Bad (1987)
배드는 결과적으로 퀸시 존스와 마지막 파트너십을 발휘한 앨범이다. 드릴러의 어마어마한 성공 이후 이를 뛰어넘기 위해 다양하고 과감한 시도를 한 앨범이지만 운명적으로 드릴러 앨범의 후광에 그 진가가 어느 정도 가려질 수밖에 없었던 앨범이기도 하다. 당시 다양한 드럼머신 음악 소스들이 리얼 드럼의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한 시기였고, 언제나 첨단의 음악을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하는 것에 인색함이 없었던 퀸시 존스와 마이클 잭슨은 이 음원들을 자신들의 앨범에 적극적으로 사용하였다. 해서 이 앨범은 당시 드럼 머신의 다양한 초창기 음원들을 감상할 수 있는데 지금 들어보면 어딘가 모르게 촌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당시 마이클 잭슨은 피부 전체를 하얗게 탈색하고 얼굴 전체를 못 알아볼 정도로 성형함으로써 당시 '백인이 되고 싶은 흑인의 욕망'을 외면화시켰다고 하여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에 마이클은 피부 탈색은 백반병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얼굴 성형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았던 학대 때문에 그의 흔적을 자신의 얼굴에서 지우고자 했을 따름이라고 항변하였다. 이렇듯 마이클 잭슨의 이상 행보는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합당한 '변명'들이 늘 존재했고 이를 액면 그대로 믿어주는 팬들과 구차한 변명으로 치부하는 안티팬들로 늘 극단의 평가가 공존하였다. 여담이지만 그의 성형 모델은 어린 시절 선망의 대상이었던 다이애나 로스였다고 한다.
초반 독백하듯 읊조리는 보컬로 시작하는 Man In The Mirror는 서서히 곡을 밀고 당김으로써 긴장감을 고조시킨 뒤 후반 웅장한 가스펠의 코러스와 함께 한순간에 모든 것을 폭발시킴으로써 듣는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린다.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내는 마이클의 가창력과 함께 드라마틱한 곡 구성력이 단연 돋보이는 명곡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제까지의 삶의 태도를 고쳐서 앞으로 달라진 인생을 살겠다는 의지를 노래한 곡인데 이 즈음하여 마이클 잭슨은 마이클 잭슨 재단을 설립하여 전 세계 기아와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들을 향해 손을 뻗게 되니 적어도 노래를 통해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결심을 행동을 통해 실천하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마이클 잭슨에게 쏟아진 그 수많은 비난과 혹평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의 반생을 통해 전 세계 어린아이들을 위해 헌신하였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그때 마이클에게 구원받은 어린이들이 지구 어느 곳에서 살고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그것이 이제는 이 지구를 떠난 전세기와 전인류를 걸쳐 가장 빼어난 재능을 선보였던 한 뮤지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싶다.
1. Beat It
Thriller (1982)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 순위는 100% 얼씩우님의 개인 취향에 의해 결정되었습니다.
Posted by 얼씩우




